1차원이 되고 싶어
💬 언제쯤 (몇 년 전쯤?) 더 이상 퀴어 청소년 소설을 읽고 싶지 않단 생각을 했던 것을 기억한다. 모든 십대의 삶은 전쟁터지만 퀴어 십대의 삶은 총 한자루조차 뺏긴 전쟁터다. 아무도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나는 이대로 사라질 것 같다 사라지고 싶지 않다 혹은 사라지고 싶다 하지만 누가 나를 알아봐버리면 그대로 또 뻥 터져서 죽어버릴 것 같다 터지고 싶다 혹은 터지고 싶지 않다 (요약: 정신병 걸리기 직전인 것이다.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정신병에 걸린다). 이 소설도 그냥 그 시기를 다루고 있다. 내가 한때 더 이상 이런 이야기를 읽고 싶지 않았던 것은 그냥 그런 시기들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고, 내가 내 그런 시기를 잘 받아들인 어른이 되지 못했던 것 같기 때문이다. 하지만 나는 어느새 이런 소설을 읽고 싶지 않았던 그 시기까지 지나버렸다. 그래서 별 저항 없이 이 소설을 읽었다.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, 솔직히. 1차원이 되고 싶은 기분이 뭔지 모른다. 한때 알았다는 것만 알 뿐이다. 그래서 별 감상도 없나 보다.